여러 해 전 요세미티를 가는 길에 만났던 Mariposa를 지난 주간에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근처에서 저희 교회가 속한 노회의 가을 정기 모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어로 ‘나비’란 의미인 마리포사는 19세기부터 형성된 올드 타운입니다. 한 때 대규모 광석 채굴 지역이었던 그곳은 골드러시 이후 이제는 지나는 관광객들을 위한 타운이 되었습니다. 마침 저녁 시간도 되었고 올드 타운의 은근한 매력이 유혹되어 그곳의 식당을 들릴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점점 떨어지는 해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혹시 깜깜한 산속에서 노회 장소를 찾기 위해 고생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근신목사님과 서로 눈치를 보다 일단 모임 장소로 직행하기로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Mariposa보다 규모도 크고 새로 조성된 몰(Mall)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작은 타운에는 한국인 두 가정이 있다고 합니다. 한 가정은 저희 숙소인 리조트를 운영하시는 분이고, 다른 한 가정은 조그만 일식집을 경영하는 분이십니다. 식당을 경영하시는 분은 그곳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교회를 섬기시는 집사님이셨습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큰 욕심 내지 않고 사는 즐거움도 있지만 편도 한 시간을 운전하여 예배를 드리러 가야 하는 수고도 있음을 말씀 하셨습니다. 이곳에 사는 분들은 신앙생활을 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왕복 두 시간의 운전을 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먼 거리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두 시간 운전하는 것이 쉬울 수 있습니다. 정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마음을 지키고 영을 지키는 것입니다.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 덕분에 목사님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 아쉬운 시간들 속에서도 바위에 박혀있는 금 조각이 빛을 발하듯이 빛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목사님들의 입에서 나오는 고민은 어떻게 하면 ‘주님을 향한 첫 사랑을 지키고, 성령님이 자신들을 지배하시게 하며, 그리고 그 마음과 영을 가지고 교회와 성도님들을 섬길까?’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정말 좋은 목회자들이 저의 주변에 계심을 새삼 느껴 보았습니다. 더 이상 캘 금이 없어 관광지가 되어버린 마리포사와 달리, 마음과 영을 잘 지켜 끊임없이 빛을 발하는 노회의 교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