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은 왕을 세워달라는 백성들의 요구가 탐탁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아들들이 대를 이어 지도자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백성들이 하나님의 통치보다는 왕과 그 제도를 더 신뢰하려는 마음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왕이 된 사울은 시간이 갈수록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사무엘에게 새로운 왕을 세울 계획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미리 기름을 부어 준비하게 하셨습니다. 사무엘은 비밀리에, 정말 조심해서 이새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잘못해서 기름 부은 일이 폭군이 된 사울에게 전해진다면 자신을 비롯해서 이새의 모든 식솔들이 몰살을 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비밀 작업인 만큼 속히 끝내야 했습니다. 첫째 아들을 보는 순간 사무엘은 새로운 소망에 대한 기쁨으로 두려움조차 달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세우시려는 자가 그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다음은 당연히 둘째 아들이었습니다. 그의 인상도 사무엘을 기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답도 여전히 ‘No.’ 였습니다. 그렇게 진행하여 일곱 아들을 모두 보았습니다. 그 동안 사무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이번엔 맞겠지.’ 라는 생각을 일곱 번 해야 했습니다. 그 일곱 번은 은밀히 일을 끝내야 하는 사무엘에게, 더욱이 하나님의 뜻을 순종하여 섬기고 있는 사무엘에게는 당혹스러운 순간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여덟 번째 아들인 다윗을 보고야 기름을 붓게 되었습니다.
한 지역의 이민교회로서 미래에 대해 주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계획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10년 째 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기도하며 진지하게 주님의 뜻으로 여겨지는 일들을 찾아 달려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봄 부터는 형제교회를 세워 돕는 것이 ‘기름 부어야 하는 그 아들’이 아닐까하여 열심을 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맞겠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형제교회의 발걸음을 중지하게 되었습니다. ‘동상이몽’이란 말이 있듯이 비슷한 꿈을 꾸고 있었지만 서로 다른 비전을 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무엘처럼 당혹스럽습니다. 우리가 몇 번째 아들까지 본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순종은 여전히 우리를 인도하시는 이가 주님이심을 믿고 현재 우리에게 보여 주시고 요구하시는 대로 가지고 있던 기대를 ‘접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안해하며 실망할 것이 아니라 다음에 보여 주실 아들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마음을 채우려는 실망감과 불안함을 넘어 잠잠히 주님의 손길을 기다려 봅니다. 사무엘처럼 끝까지 순종하면 결국 여덟 번째 아들(주님의 비전)이 양 치던 곳에서부터 우리에게로 달려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때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