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때 운전 중 들은 한 방송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대충 이런 진행자의 멘트였습니다. “드디어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신이나 있지만 어머니들은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는 아이를 키우지 않았던 때라 이해를 잘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정말 신납니다. 사실 학기를 시작하면서부터 갖는 소망은 방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부모님들의 경우는 많이 다릅니다. 아이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기대하시는 부모님들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위해 일찍 일어나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서도 좋고, 함께 여행도 하고, 운동도 하고, 조금 더 대화도 할 수 있어서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긴 방학을 어떻게 보내게 해야 하나?’는 고민은 모든 부모님들이 갖는 부담입니다.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 방학도 어느 덧 끝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벌써 방학이 끝났다고 아우성이지만, 부모님들에게도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못한 일들도 있고, 꼭 나누고 싶었던 대화(잔소리가 아닌)도 다 못 나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새학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합니다. 반면 부모님들이 갖는 스트레스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새 학기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새 학년에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좋은 친구들, 선생님을 만나게 될까?’ 등의 염려가 되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길게만 느껴졌던, 그래서 참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던 ‘이 여름 방학’의 끝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가만히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몸은 함께 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것들로 바쁘다는 사실입니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일로, 아이들은 인터넷, 혹은 게임으로 바쁩니다. 기껏해야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이나 함께 보는 것이, 혹은 잔소리하다 싸우는 것이 전부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밤 10시는 분명 깊어지는 밤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있는 가정의 경우는 한 여름의 10시는 늦은 시간이 아닙니다. 부모들도, 아이들도 한창인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활용하면 어떨까요?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새 학기를 준비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9시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9시는 아이들, 특히 십대들에게는 너무나 바쁜 시간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자극하지 않는 쪽으로, 다소 타협을 하여 10시로 맞춰 보았습니다. 함께 QT의 내용을 묵상하며 주님의 무한하신 은혜를 나누는 시간을 갖으며 이 여름을 마무리하면 어떨까요? 주님 안에서 온 가족이 대화할 수 있는 축복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