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뉴욕을 방문할 때 새로운 것들이 저의 눈을 홀렸습니다. 많은 차들이나 높은 건물들이야 서울도 그랬으니 별 것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낯설었던 것에는 오래돼 보이는 빨간 벽돌의 건물들과 가뜩이나 지저분한 도시를 더욱 산만하게 하는 ‘낙서들’(graffiti)이었습니다. 뉴욕의 할렘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특별한 낙서인 ‘그래피티’는 예술적 흥미와 가치를 주기도 하지만 많은 불편을 주기도 합니다. 자신의 이름 등을 공공건물이나 장소, 남의 집 벽, 심지어는 아무 트럭에다가 스프레이 등으로 그려 넣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실제로 한 때는 뉴욕의 지하철에 그려 넣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뉴욕시는 많은 재정과 노력을 투입하여 단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그래피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뉴욕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피티가 교회를 공격(?)해 오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작은 낙서뿐이었는데, 올 초에는 제법 마음을 먹고 덤빈 듯합니다. 체육관의 뒷벽과 담을 전부 점령해 버렸습니다. 한편으로는 젊은이들의 객기를 이해해주는 넓은 마음으로 (사실 잘 가보지 않는 쪽이기도 하니까) 모른 척 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시 당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빨리 지우지 않으면 많은 벌금을 피해자인 우리들에게 선사합니다. 그러니 뉴욕시의 지하철 전쟁처럼 우리들도 페인트 값을 아끼지 말고 피할 수 없는 전쟁을 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종종 인생을 캔버스(유화를 그릴 때 사용하는 직물)로 비유하곤 합니다. 하얀 캔버스 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가듯, 우리 인생도 그렇게 그려가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인생의 그림을 그려갑니다. 하지만 우리의 아름다운 인생의 그림을 망가뜨리려는 사단의 낙서가 곳곳에 있습니다. 사단은 우리 그림 안에 자신의 ‘그래피티’인 불신, 두려움, 걱정, 미움, 탐욕, 내 주장, 의심 등을 남겨 놓습니다. 지우고 원래 아름다운 그림의 색깔로 덧칠해 놓아도, 어제 그 자리에 오늘도 남겨 놓습니다. 체육관 뒷벽의 낙서를 보며 내 마음을 돌아봅니다. 아무 것도 아끼지 않고 풀타임으로 전쟁을 할 각오를 해봅니다. 먼저 잘 구별이 안될 만큼 익숙해져 있는 내 그림 속의 사단의 낙서(그래피티)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우리에게 유익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