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마켓에 들려 몇 가지를 사다 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세 가지였는데 도중에 아들도 바나나를 사다 달라는 텍스트를 저에게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보니 제 손에는 여전히 세 가지의 물건이 있었습니다. 길이 컴컴해 하나를 흘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추가된 바나나 대신 다른 것을 잊고 사오지 않은 것입니다. “벌써 깜박깜박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나이와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이 널리 사용하는 앱(전화기 등을 통해 이용하는 서비스) 가운데 저와 같은 실수를 막아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앱을 이용해 ‘마켓에 가면 무엇 무엇을 사야하고, 누구랑 어디서 만나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함.’ 이라고 적어 놓습니다. 그러면 마켓이나 약속 장소에 갔을 때 그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전화기가 스스로 알아서 확인하여 줍니다. 그러면 제가 했던 실수처럼 뭔가를 빼뜨리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앱’이 필요하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뭔가를 계속 생각하거나 행동해야 할 것을 강요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대하는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켓에 가면서도, 심지어는 물건을 찾으면서도 뭔가를 생각해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는 여전히 하던 생각을 하며 다음 일을 향해 나아감니다.
한 성도님이 집을 떠난 자녀들에게 아침이면 텍스트로 은혜 받은 말씀을 나누거가 말씀 묵상을 하도록 격려한다고 합니다. 어느날 다소 이른 시간인 6시 30분에 전화기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딸에게서 온 답은 “엄마 때문에 잠이 깻어. 더 자야 하는데.”였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엄마 때문에 말씀 묵상했어.” 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아마도 그분의 따님이 sweet heart이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라도 옆에서 돕지 않으면 자녀들이 주님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도 학교에서, 직장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요구되는 많은 일들로 늘 부족한 시간에 쫓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간부터 날씨가 제법 쌀쌀해 지고 있습니다. 차가워지는 날씨만큼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는 저희들의 마음도 초조해 집니다. 한 주간도, 한 달도 얼마나 정신없이 지나가는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릅니다. 이 때 혹시 정말 중요한 것(주님과의 만남)을 잊지 않도록 전화 메시지를 보내주거나 격려 해 주실 분이 있다면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일까요? 엄마의 문자와 같은 그런 격려를 주고 받는 이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