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기억을 잘 못하여 큰 곤경에 빠지곤 합니다. ‘기억’은 이미 지난 시간의 일이라고 이해(?)해도, 현재의 시간 속에서도 어이없는 실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이야기는 우리의 주의력이 얼마나 하잘 것 없는 것인지를 알려줍니다. 검은 색 셔츠와 흰 색 셔츠를 입은 학생들을 섞어놓고 공을 서로 패스하게 합니다. 그리고 실험 대상자들에게는 ‘흰색 셔츠를 입은 사람들의 패스 수’만 세어보라고 과제를 줍니다. 그 실험 중간에는 고릴라 복장을 한 학생이 공을 패스하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로 지나갑니다. 심지어는 그들 가운데 멈춰서 있기도 했습니다. 놀랍게도 실험 대상의 절반이 고릴라 복장을 한 학생을 보지 못했습니다. 실험의 과제(흰 셔츠를 입은 선수들의 패스 수)에만 집중하여 다른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주의력 착각’의 무서움은 어떤 것을 믿기로 시작하면, 그 후로는 자신이 믿기로 한 것을 확고부동한 진리로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지난 목요일 새벽에 비슷한 일을 경험하였습니다. 본당 입구에 화분들이 있습니다. 그중 화분 하나가 있던 자리에서 옮겨져 입구의 한 가운데에 엉성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누가 옮겨 놓았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여러 번 그곳을 지나쳤지만 한 번도 화분이 옮겨져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 머리는 ‘불청객(?)이 담을 넘어 들어왔던 것은 아닐까?’라는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분들의 이야기는 이미 화요일에도 옮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지난 주일에 누군가가 옮기다가 두신 것 같습니다. 주의력 착각이 발동한 것입니다.
지난 주간 묵상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있었습니다.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마가복음 10:25). 부자는 경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입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일정한 성공을 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 생각, 판단 등을 많이 신뢰합니다. 왜 부자만이겠습니까? 우리 모두 자신의 생각, 경험, 판단 등을 꽤 옳은 것으로 신뢰합니다. 심지어는 주님의 말씀보다도요.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봐야 잘 보여.”라는 ‘어린 왕자’ 속의 여우의 말이 새삼 맑게 들립니다. 바늘 귀를 통과한 저희들이니 자신에 대한 과신을 피하고 믿음의 눈으로, 중요한 것을 잘 볼 수 있는 저희가 되길 소원해 봅니다.